이번엔 안 돼

블레이크

달빛 수정이 수백만 개 박혀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대리석 바닥 위로 은빛 물결을 흘려보내는 가운데, 내 발걸음 소리가 신전의 동굴 같은 복도를 울린다. 여신의 여사제들과 신비주의자들이 영적 성지라 부르는 이곳은 오늘따라 분주하다.

은빛 예복을 입은 여성들이 짝을 지어 걸으며, 책을 품에 안고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어떤 이들은 수정 가면을 쓰고 있고, 다른 이들, 주로 수련생인 젊은 여성들은 얼굴을 가리는 흰 베일을 두르고 있다. 여사제들은 좀 더 편안한 차림새로, 신전 안에서는 평범한 옷을 입고 때로는 머리만 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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